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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기업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그들의 성공이 단순히 거대한 규모나 압도적인 기술력만으로 이루어진 게 아님을 깨닫게 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쌓아 올린 철학과 진심, 이것이 바로 ‘심성(心性)’이다. 본지 창간 14주년을 맞이하여 기획한 ‘심성(心性) 브랜드 전략’ 시리즈는 기업의 ‘마음과 철학’을 조명하는 노력이다. 이번 호에서는 시장 흐름을 잘 읽은 적절한 투자로 국내 반도체 1위를 달리고 있는 SK하이닉스를 소개한다. SK하이닉스가 이윤 창출의 주체를 넘어 우리 사회와 어떻게 함께 호흡하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가는지 찬찬히 들여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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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12년 큰 결단을 하게 된다. 모두가 반대하던 하이닉스 반도체 인수를 추진한 것이다. 당시만 해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미래는 불확실했다.
그리고 2025년 인공지능(AI)메모리 수요 급증에 힘입어 SK하이닉스가 역대급 실적을 견인했다. 2025년 1월23일 발표된 실적 보고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2024년 매출액은 66조1930억 원, 영업이익은 23조4673억 원을 기록했다.
2025년 현재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영업이익 기준, 업계 1위일 뿐 아니라 세계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점유율 57%로 삼성전자(24%)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SK그룹의 석유화학·배터리 부문이 다소 부진한 가운데 이룬 성과라 더욱 값진 결실이라고 할 수 있다. SK하이닉스가 그룹 전체의 버팀목 역할을 하면서 최 회장은 자신의 판단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했다.
AI 시장의 성장을 간파하다
SK하이닉스의 성공 신화 바탕에는 반도체 업계의 호황기를 맞아 최 회장이 발 빠르게 대처한 덕이 크다. 최근 AI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는 SK하이닉스가 HBM 시장을 선점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생성형 AI를 구동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에는 HBM이 필수다. 엔비디아(NVIDIA),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AI 데이터 센터 구축을 위해 HBM을 대량으로 주문하면서 반도체 시장 규모가 커졌다.
SK하이닉스는 경쟁사보다 빨리 HBM 기술 개발과 양산에 집중했고 고부가가치인 HBM의 성장은 SK하이닉스의 수익성을 높이는 데 주요 동력으로 작용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와 같은 AI 칩 선두 기업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HBM3 및 HBM3E 제품을 선도적으로 공급하며 시장 지배력을 확보했다. 현재 HBM3E에 이어 차세대 제품인 HBM4 양산 준비에도 빠르게 착수, 기술 리더십을 공고히 하고 있다.
일반 D램과 낸드플래시 시장 역시 회복세에 접어들어 메모리 반도체 전체에 ‘슈퍼사이클(초호황 국면)’이 도래했다는 점도 SK하이닉스에 호재가 됐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업계의 호황기를 단순히 수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과감한 HBM 기술 투자를 통해 시장의 흐름을 주도하며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의 핵심 공급자로 자리매김했다.
국내 반도체 산업의 저력
반도체란 전기가 통하는 도체와 전기가 통하지 않는 절연체의 중간 물질을 일컫는다. ‘산업의 쌀’로 불릴 만큼 현대산업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반도체는 순수한 상태에서는 전기가 통하지 않지만 특정 도핑을 첨가하면 전기가 잘 통하는 도체가 된다. 이러한 특성을 바탕으로 반도체는 현대 전자기기의 핵심 부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작은 반도체 칩 하나에는 수많은 회로가 집적되어 있어 데이터를 저장하고 처리하는 일을 한다.
한국의 반도체 시장은 1970년대 불모지를 거쳐 1980년대 후반 미·일 반도체 협정을 기회로 주요 기업들이 메모리 반도체 산업에 본격적으로 투자하면서 성장했다. 특히 1983년은 국산 반도체의 분수령을 이룬 시기로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 세 번째로 64K DRAM을 개발했다.
시기적으로 일본에 4년이나 뒤처졌지만 산학이 협동해 그야말로 죽을힘을 다해 선발주자를 추격, 1993년 세계 최초로 64M D램을 개발하는 쾌거를 이루게 된다. 2025년 현재 전체 수출액의 20%를 차지할 만큼 한국의 반도체 위상은 드높다.
업계 1위에 등극하기까지
SK하이닉스의 전신은 현대전자다. 현대그룹은 김대중 정권의 빅딜 전략으로 1999년 LG반도체를 인수하며 반도체 사업에 뛰어든다. 그러나 왕자의 난으로 그룹이 쪼개지는 진통 속에서 현대전자는 2001년 채권단에 매각되며 공동 관리(워크아웃)를 맞게 된다.
하이닉스는 ‘주인 없는 회사’라는 꼬리표를 달고 10여 년간 생존을 위한 분투를 이어갔다.
그리고 2012년, 긴 방황의 끝에 새로운 주인을 만나게 된다. 당시 막대한 적자와 부실 위험으로 모두가 외면하던 하이닉스를, 최태원 회장이 '미래를 향한 뚝심 있는 베팅'으로 인수한 것이다.
사명은 SK하이닉스로 바뀌었고, SK의 자본력과 경영 혁신이 더해져 회생의 기적을 일궈내기 시작했다.
인수 직후, 세계적인 반도체 슈퍼 사이클과 맞물려 SK하이닉스는 고속 성장의 궤도에 올랐다. 막대한 투자는 곧 혁신적인 기술로 결실을 보았다.
SK 편입 이후 하이닉스의 경영 상황은 눈에 띄게 개선되었다.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부문의 영업이익률을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그리고 그 말은 현실이 되었다.
SK하이닉스의 역사에서 가장 빛나는 별은 단연 HBM기술이다. 시장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10년 넘게 꾸준히 투자하여, 2013년 세계 최초로 HBM을 시장에 선보였다.
HBM는 기존 D램의 한계를 뛰어넘어 데이터를 수직으로 쌓아 올려 초고속·초저전력 성능을 구현하며 'AI시대의 심장'으로 불리고 있다.
2013년 SK하이닉스는 연간 매출액 14조 원(영업이익률 24%)을 달성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의 뛰어난 실적은 SK그룹 전체에도 큰 이익을 가져왔다. 수천억 원 단위의 배당금을 통해 SK그룹은 차입금 상환 부담을 줄이고 재무 구조를 개선할 수 있었다.
SK하이닉스는 2014년부터 2016년까지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다. 연간 매출이 조 단위로 갱신되면서 2016년에는 청주 테크노폴리스에 15조 원을 투자하며 미래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
2017년 SK하이닉스는 공격적인 투자로 연간 매출 30조 원, 영업이익 13조 원을 돌파라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다. 웨이퍼당 생산량 극대화를 통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기술 축소(Tech Shrink)를 통해 고성능 제품을 생산하는 전략이 주효했다.
2022년, SK하이닉스는 4세대 HBM(HBM3)을 세계 최초로 양산하여 GPU의 제왕인 엔비디아에 납품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엔비디아는 HBM 전체 발주의 58%를 차지하는 공룡기업이다. 이로써 SK하이닉스는 압도적인 기술력으로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며 만년 2인자라는 과거의 오명을 완전히 벗어던졌다.
낸드플래시 분야에서도 인텔 사업부 인수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며 메모리 강국으로서의 지위를 공고히 했다.
2024년에는 TSMC와 기술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HBM4 공동 개발 및 패키징 기술 협력에 들어갔다. HBM4는 2026년부터 양산될 예정이다.
SK하이닉스의 주요 고객사는 애플과 중국의 스마트폰 제조사들이다. 또 HBM3e의 성공으로 엔비디아에 독점으로 납품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25년 현재 반도체 영업이익 기준 업계 1위이며, 전 세계 HBM 시장 점유율 1등이다.
또 SK하이닉스는 글로벌 윤리경영 평가기관 에티스피어가 주관하는 ‘2025년 세계에서 가장 윤리적인 기업’에 선정되는 등 좋은 기업 이미지를 구축해 나가는 데도 성공했다.
에티스파이어는 윤리 정책·법령 준수, 기업 지배구조, 윤리 문화, 환경·사회 영향, 공급망 정책 등 5개 항목의 240개 이상 세부 문항으로 윤리 지수를 평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업계의 호황기 △경쟁자의 해체 △집중적인 투자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점유율을 상승시키며 그룹 내에서 가장 높은 매출액과 영업이익, 시가총액으로 SK그룹이 재계 최상위권으로 도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모래알에 인간의 지성을 담아태초에 세상이 열렸으니아담과 함께 데이터가 탄생했다 그리고긴 세월 데이터가 쌓여고독한 창조의 물질 실리콘을 깨워 일으켰다흔한 모래 알갱이에서 시작된 작은 점순결한 기둥으로 솟아오르니사람들은 반도체를 새로운 문명의 씨앗이라 불렀다웨이퍼 은빛 대지가 위로 수백 개의 우주가 내려앉고마이크로미터의 정밀한 선들이 그어졌다신의 펜이 허공을 가를 때빛으로 새겨지는 예술인간의 빛은 회로의 그림자를 남기고물질의 강물은 차가운 결정에생명의 전자를 띄워 보냈다머리카락 굵기 만분의 일보다 작은 길전자가 달려가는 미로 같은 고속도로에0과 1의 우주가 새겨졌다SK는 뛰어들었다 기억의 저장소 D램과방대한 역사를 봉인하는 돌판낸드플래시의 세계 속으로!수직으로 쌓아 올린 데이터의 폭포HBM으로 인공지능 시대의 물꼬를 트면서SK하이닉스의 시대가 열렸다모래알에 인간의 지성을 담고데이터의 바다를 항해하는 배의 돛을 띄우며SK하이닉스는 앞으로 전진한다세상의 모든 연결과 혁신을 가능케 하는불멸의 칩, 영원한 문명의 심장이여SK하이닉스의 역사는미래의 이야기 속으로 성큼성큼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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