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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를 단 듯 상승 랠리를 달렸던 코스피가 주춤하고 있다. 10월27일 사상 처음 4000선, 3일 첫 4200선을 넘었던 코스피 지수가 미국발 인공지능(AI) 고평가 우려에 4000대선 안팎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이번 조정이 일시적 현상에 그칠 수 있다는 게 대체적 분석이다. 통상 공포에 사고 탐욕에 파는 게 맞다고 하면 이번 낙폭을 매수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진단 아래 보랏빛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역대 최고였던 2017년보다 더 강한 반도체 수퍼 사이클(장기호황 국면)이 여러 악재를 압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세계 무역 갈등이 완화되고 한·미 관세 협상이 잘 풀려 기업 실적까지 뒷받침되는 데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기조에 따라 글로벌 유동성이 더해지면 중장기적으로 코스피 5000을 기대할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
최근 코스피 급등은 시중에 돈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AI 열풍을 틈타 호황 국면에 접어든 반도체 경기가 ‘불장(불붙은 장세)'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 간 관세전쟁 1년 휴전 소식과 미 기준금리 인하 흐름까지 투자심리를 부채질했다. 한국 증시가 고질병인 ‘코리아 디스카운트’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 2차 상법 개정에 이어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이 차질 없이 추진되는 것도 증시 강세의 주요 요인으로 설명될 수 있다.
국내 증시의 ‘큰손’으로 불리는 외국인 투자자들뿐 아니라 해외에 상장된 한국 증시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를 향한 해외 개인투자자들의 관심도 높다. 1년 전만 하더라도 개인투자자들 사이에 ‘국장 탈출은 지능 순’이라는 말이 유행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복병도 즐비하다. 우리 수출은 반도체를 빼곤 부진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올해 성장률도 0%대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주력산업 역시 중국과 경쟁에서 밀려 뿌리째 흔들린다. 증시에서 최근 4개월 사이 하락 종목(1537개)이 상승 종목(1104개)을 웃돈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구조개혁 없는 코스피 5000 목표는 사상누각일 수 있다는 교훈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한민국은 매우 큰 잠재적 위기, 과도한 부동산 투자라는 시한폭탄 위에 앉아 있다”고 진단한 게 한국 경제의 지속 성장의 한계를 잘 보여준다. 일본은 30년 전 부동산 거품이 붕괴된 뒤 여전히 경제적 고통을 겪고 있는데 한국도 비슷한 길을 가고 있다는 지적인 것이다.
결국 주식시장은 실물경제의 거울이고 기업 경쟁력과 실적에 좌우된다. 과감한 도전과 혁신을 통해 새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 현재의 코스피 상승세는 실물경제 펀더멘털이 뒷받침되지 않은 일시적 착시라는 시각도 있다. 소수의 AI 대형주 중심으로 형성된 현 흐름은 이른바 ‘AI 버블’이 꺼질 경우 주식시장 전체로 충격이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분명한 것은 정부는 지수를 올리는 데 몰두할 게 아니라, 기업 경쟁력과 투자환경을 강화하는 근본적 대책에 집중해야 한다. 기업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각종 규제와 정책 리스크부터 개혁해야 한다. 기업이 마음 놓고 투자하고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요청된다.
정부는 노란봉투법과 상법 개정안 등 기업의 활력을 옥죄는 법안을 철회하고, 규제 개혁과 세제 개선을 통해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여건 마련에 힘써야 한다. 경제 체질을 튼튼히 하고 한계 산업의 구조조정과 개혁도 서둘러야 함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정부는 증시에 일희일비 말고 세금을 낮추며 ‘기업하기 좋은 환경’ 만들기에 전력투구하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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