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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정상회담 이후 곧 발표될 것으로 알려졌던 ‘조인트 팩트시트(Joint Factsheet·공동 설명자료)’가 여전히 공개되지 못한 채 지연되고 있다. 당초 이번 주 초 발표가 유력했지만, 핵추진 잠수함(원잠) 관련 문구 조율과 미국 내 관계 부처 간 검토가 길어지면서 최종 합의가 늦어지는 모습이다.
9일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여권 핵심 관계자는 관세·통상 부문은 합의가 완료됐으나, 안보 분야에서 일부 문안 조정이 필요해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막판 진통은 있지만 협상은 원만히 진행 중이라는 입장이다.
지연의 배경에는 원자력 추진 잠수함 조항이 자리하고 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이날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서 “팩트시트가 완성 단계에 다다랐고 금명간 나올 것”이라며 “미국 내 부처 간 원잠 문제 조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원잠 협력 문구는 한미정상회담 당시 논의된 사안을 반영해 △선체와 원자로는 한국에서 건조 △연료로 쓰이는 농축 우라늄은 미국에서 공급하는 형태로 정리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시적으로 미국 ‘필리조선소’를 언급하면서 혼선이 있었지만, 대통령실은 “정상 간 협의에서는 한국 내 건조로 논의가 이뤄졌다”고 재확인했다.
미국 측에서는 에너지부를 비롯한 유관기관이 ‘핵 비확산 원칙’에 따른 검토를 요구하면서 문구 수정을 논의 하고 있다. 당초 팩트시트 초안에는 ‘한국의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를 미국이 지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일부 부처가 신중한 검토를 요청하면서 발표가 연기됐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언론에 “원잠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 내 건조를 전제로 이뤄졌다”며 “우리 실정에 맞는 저농축 우라늄(20% 이하)을 연료로 하는 방어형 모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안 장관 역시 “핵잠의 목적은 자주국방이며 특정국을 공격하려는 것이 아니다”라며 “공격형이 아닌 방어형”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호주에 버지니아급 잠수함을 판매한 오커스(AUKUS) 사례와 달리, 한국형 원잠은 억제·방어 중심이라는 설명이다.
경제 조항은 합의 완료… ‘발표 시점’만 남아
美 내부 조율 장기화에 외교성과 ‘시험대’
한미는 이미 관세 인하, 반도체 공급망 협력, 연 200억 달러 한도 대미 투자, 자동차·의약품 관세 조정 등 경제 분야에서 대부분 합의를 마쳤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무역·투자 부문은 이견이 없으며 안보 문안 검토가 마무리되면 곧바로 발표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번 팩트시트는 양국이 정상회담에서 논의한 합의 내용을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기 위한 일종의 설명 자료로,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사실상 합의문 성격을 띤다. 이와 별도로 세부 산업 협력 계획과 자금 조달 방안을 명시한 양해각서(MOU)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내에서는 국무부·에너지부 등 관계기관의 검토가 이어지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핵연료 공급 체계가 완전히 정리되지 않는 한 발표는 어렵다”는 신중론이 나온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상대국이 있는 문제라 발표 시점을 단정하기 어렵다”며 “양국 협의는 원만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당초 “이번 주 안에 발표가 이뤄질 것”이라던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의 국회 발언 이후 일정이 미뤄지자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또다시 양치기 소년이 되고 있다”며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관세·투자 등 경제 조항이 모두 마무리됐음에도, 안보 부문 핵심 사안인 원잠 협력이 정리되지 않으면 팩트시트 발표는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부는 “국익 우선 원칙 아래 신중히 조율 중”이라며 “시점보다 결과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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