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도심의 공원이나 강변을 걸어보면 해질녘 무리 지어 달리는 청년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대학 엠티에서조차 새벽에 일찍 일어나 숙소 주변을 달리며 운동하는 학생들이 많아 놀라기도 한다.
방탄소년단 뷔가 한강 러닝하는 영상에 팬들은 열광하며 동참하고 있고, 뉴진스의 다니엘, 뉴이스트의 백호나 가수 혜리도 달리기로 자기 관리에 힘쓰고 있다. 오래 전부터 달리기 전도사로 기부 활동을 하는 션은 마라톤 풀코스를 여러 번 완주하기도 했다. 연예인들의 이런 신선한 모습은 선한 영향력을 확장시키면서 이제 러닝은 단순한 운동을 넘어 새로운 청년문화로 자리 잡았다. 왜 젊은 세대는 이토록 달리기에 열광하는가.
일단 달리기는 높은 효율성의 운동이다. 비싼 등록비의 헬스장이나 장비가 필요한 스포츠에 비해 러닝은 운동화 하나로 시작할 수 있다. 취업 경쟁과 주거 불안, 경제적 제약 속에서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가성비 높은 자기관리로 각광받는다. 게다가 러닝은 기록과 체력 향상이 눈에 띄게 드러나 자기 효능감을 빠르게 경험할 수 있는 활동이다.
또한 달리기는 자기 계발과 성취의 시각화가 가능하다. 스마트워치나 러닝 앱은 달린 거리, 속도, 칼로리 소모량을 실시간으로 기록한다. 수치로 환산되는 성취는 청년들의 성향과 맞닿아 있다. 작은 목표 달성에서 오는 만족감은 자기 계발의 연속성을 유지시킨다. 5km 완주에서 출발해 하프 마라톤, 풀코스로 확장되는 과정은 도전과 성장의 서사를 제공한다.
인스타그램 같은 SNS에 운동하는 모습을 올리며 꾸준히 자기 관리하는 사람이라는 자신을 표현하는 이미지는 청년들이 추구하는 자기 브랜딩의 핵심이다. 한강을 배경으로 한 러닝 인증샷이나 러닝 크루의 단체 사진은 단순한 운동 기록을 넘어 자신을 표현하는 문화 코드가 된다.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한 MZ세대들은 상대적으로 관계에 대한 갈증도 크다. 러닝은 혼자 뛰며 사색할 수 있으면서도, 러닝 크루에 속하면 공동체적 소속감을 맛볼 수 있다. 정신 건강 관리의 측면에서도 치열한 경쟁 속에서 스트레스와 우울감을 겪는 청년들에게 러닝은 엔도르핀과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해 정신 건강에 유익하다는 과학적 근거가 있다. 단순히 몸을 위한 운동을 넘어 마음을 돌보는 치유 행위가 되는 것이다.
특히 패션에 예민한 청년들에게 러닝화나 운동복의 소비 트렌드 결합이 러닝을 더 매력적으로 만든다. 요즘 러닝화는 기능을 넘어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잡았다. HOKA, Asics, Nike 같은 브랜드의 러닝화는 일상복과 결합해 스타일을 완성한다. 한정판 출시와 리셀 문화까지 더해져, 운동은 동시에 소비와 취향 과시의 장이 된다. 청년들에게 러닝은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멋진 자기표현의 무대다. 불규칙한 생활 패턴 속에서도 자율적으로 일정을 조율할 수 있는 자유로움이 있다.
한편으로는 고가 러닝화나 장비 구매에서 오는 과소비나, 기록에 집착하다 부상하는 위험이 따르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러닝은 여전히 청년 세대에게 매력적인 선택지다. 이제 러닝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서 자기관리와 성취를 추구하고, 관계와 정체성을 만들어가며 정신적 안정을 찾는 현대 청년들의 집합적 심리의 반영이다. 젊은 도전 정신으로 달리는 청춘들의 발걸음은 나를 증명하고 싶은 마음, 그리고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자기 위로의 몸짓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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