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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회담 이후 발표될 예정이던 관세·안보 분야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미국 내 조율 지연으로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핵심 쟁점은 한국의 ‘원자력추진잠수함(SSN, 이하 원잠)’ 건조 문제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미 에너지부와 상무부·국무부 간 조율이 길어지며 발표 시점을 특정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10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에서 원잠 협력을 약속했으나 미국 내 부처 간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미 에너지부는 핵 비확산 원칙을 유지해야 한다는 이유로 신중론을 펴고 있으며, 상무부는 “민감 기술은 미국 내에서만 건조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안보 팩트시트에는 ‘핵연료 공급 방안’ 없이 “원잠 건조에 협력한다”는 원론적 문구만 담길 가능성도 제기된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9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조율 시간이 더 필요하지만 금명간 발표될 것”이라며 “헤그세스 미 전쟁부 장관이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이는 ‘국내 건조’를 명시한 발언이 아니라 원잠 사업 전반에 대한 지원 의사를 뜻한다”고 해명했다. 결과적으로 원잠 건조 장소를 한국으로 할지, 미국 필리조선소로 할지를 두고 양국 간 의견차가 존재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현재 미국 에너지부는 핵확산 방지를 이유로 고농축우라늄(HEU) 사용을 꺼리고 있다. 한국은 한미 원자력협정상 우라늄-235를 20% 미만으로만 농축할 수 있는데, 원잠 추진용 핵연료는 80% 이상 농축이 필요해 기술 이전과 연료 공급 모두 미국의 의회 승인 절차가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핵연료 투명성 확보’와 ‘공동 관리 모델’을 제안해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이 제기된다.
대통령실은 “팩트시트는 상대국이 있는 사안이라 일방적으로 시점을 정할 수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의 G7 외교장관회의 출장으로 이번 주 내 발표는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관세·무역은 마무리됐지만, 핵잠수함·우라늄 재처리·국방비 인상 등 안보 분야 문안 조정이 막판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안 장관은 “핵연료만 공급받으면 한국 기술력으로 10년 이내 원잠 건조가 가능하다”며 “핵잠이 실전 배치되면 김정은 위원장은 잠을 잘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원잠은 공격용이 아니라 방어형 무기체계로, 자주국방의 상징”이라고 덧붙였다.
한미 조인트 팩트시트에는 △우라늄 농축 재처리 △국방비 GDP 3.5% 인상 계획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대중국 견제 전략 등이 함께 포함될 전망이다. 원잠 건조 장소와 핵연료 공급 문제를 둘러싼 미 정부 내 이견이 정리되지 않으면, 발표는 다시 한 번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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